





보는 것과 보이는 것
어떠한 물체를 파악할 때 우리는 시각에 많은 부분을 의존한다. 또한 시각으로 파악한 대상을 쉽게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 눈을 통해 뇌로 전달된 시각 정보는 내가 보고자 하는 대상 외의 것들은 뿌옇게 보이게 한다. 또한 초점이 맞은 대상을 보고 (만약 그것이 ‘책’이라고 한다면) ‘이것은 책이다.’ 하고 빠르게 대상을 규정한다. 하지만 그 뒤로 우리는 그 대상을 좀 더 깊이 바라보지 않는다.
우리는 무언가를 관찰하려고 하지 않을 때, 보는 것에 집중하지 않을 때 비로소 대상을 제대로 볼 수 있다. 너무 흔하게 주변에서 ‘보이는’ 것들은 멈춰 서서 천천히 바라볼 때가 되어서야 우리 눈에 들어온다.
누에섬과 안산 퇴적암층처럼 우리의 일상 속 조용히 잠들어 있던 장소나 사물, 혹은 너무나 흔해서 생각지 않았던 대상을 사진으로 기록하고, 평소 눈에는 들어와 있지만 바라보지 않아 초점이 맺지 않았던 부분을 천천히 관찰할 때 그곳에서 드러나는 대상을 어떠한 편견없이 관찰해보는 경험을 제공하고자 한다. 이를 통해 보는 것이란 무엇인지, 그리고 익숙한 것을 낯설고 새롭게 다시 한번 생각해본다.
김태훈 2019
*이 작업은 안산문화재단 지원사업으로 한 <히든 아일랜드 아트 프로젝트>에 출품한 작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