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돌하는 것들 (2016)

 어떠한 개인적인 것일지라도 사건은 우연히, 또 끊임없이 사람들에게 일어난다. 그 사건 속에서 사람들은 선택의 기로에 놓인다. 우리는 선택의 과정 속에서 나타나는 결과를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 우리는 스스로의 삶을 살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유도 근거도 모른 채로 존재하고 있지만 그러한 존재를 자신의 존재로서 인수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안다. 우리는 이것을 불안이라는 감정으로 느낀다.
나 역시 불안함에 무력감만 늘어난 날들이 있었다. 내 내면은 물론이고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삶을 살면서 최선과 최악의 스펙트럼 중에 선택하기 바빴고 그것은 점점 어려운 일이 되었다. 언젠가부터는 차라리 정답과 오답 중에 골랐으면 하는 생각도 했다. 바둑처럼 한번 돌을 놓으면 되돌릴 수도 없는 시간과 그 뒤에 진행 될 수 있는 수많은 경우의 수. 나름 많은 경우의 수를 생각해 최적의 선택이라고 했던 것들도 상황에 따라 최악이 되는 경우를 보면서 나는 산다는 것이 선택하기 급급한 인간의 힘으로는 어쩔 수 없다는 것을 느꼈다.
그러나 수많은 우연들은 결국 모두 하나의 삶이 된다. 의미 없던 기억의 조각들은 서로 다른 기억들과 얽혀 전혀 생각지도 않았던 방향으로 삶을 진행하게 한다. 나는 광야에 내던져진 것처럼 삶 앞에 무력한 존재이고 언젠가 결국은 죽어서 없어질 존재이지만, 이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나는 왜 사는지에 대한 고민에서 어떻게 사는지를 좀 더 고민하기로 했다. 결국 삶을 받아들이는 태도에서 나의 인생이 증명되고 그것이 내 삶의 이유가 될 테니.
시간도 장소도 모두 다른 곳에서 촬영된 사진들은 제각각 다른 이야기를 가지고 있다. 이 사진들은 내용도 의미도 형식도 모두 다르다. 그러나 내가 경험했던 개인적인 감정들과 수많은 선택의 결과물들은 결국 하나의 구심점을 이뤄가며 ‘나’라는 존재를 이야기한다. 여행 중 촬영한 숲과 도심 속 기운 없는 화분. 죽을 날을 기다리고 있는 수조 속 물고기와 열심히 살아가는 도심 속 현대인들. 한 사람의 삶은 이렇게 특별하지 않은 사적인 우연들의 시선이 일치하는 곳에서 상호 증폭되어 매 순간 이뤄진다.
진중하거나 가벼운. 혹은 의미가 있거나 의미가 없거나. 우리는 경중과 의미를 막론하고 선택하며 살아간다. 나는 우리 모두 세계 속에서 존재임을 일련의 사진들을 통해 이야기하고 보는 이들에게 본인의 삶은 어떠한지 삶을 돌아 보고 나누는 작업을 계속적으로 해 나갈 것이다.


김태훈,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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